작년에 구매하고 읽지 않았던 책인데 우연히 집에서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다.
항상 유럽에 대한 동경을 안고 사는 나.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라는 소제목에 이끌려서 서점에서 골랐던 기억이 난다. ㅎㅎ
프랑스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보며, 어떻게 살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지 고찰한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상 조급하고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차에 읽던 책이라 재밌게 봤다.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이기주의적 주관' 또는 '쌀쌀한 행복'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별도로 듣고 있는 마음공부 관련 강의에서도 우리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를 익혀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흔히 우리는 이기주의는 나만 알고 남에게 인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나를 제대로 알고 나 그리고 타인이 행복할 수 있는 건강하고 담백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진정한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8개의 주제를 가지고 프랑스인들을 관찰한 조승연 작가님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책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각 PART의 내용들과 내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PART1. 편안함에 관한 새로운 관점
편리함이 편안함은 아니다. 물리적으로 기술 등이 발달하고 내 몸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과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편리한 나라는 아니지만, 인생을 편안하게 사는 마음가짐을 가진 나라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의 파리가 생긴 건 아닐까.
프랑스인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낡은 집을 싹 밀어내고 그 위에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으리으리한 새 집을 짓기보다는 조상이 살던 낡은 건물을 잘 고치고 다듬어서 사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오늘날 파리 중심가에도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PART2.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낱말이라고 한다. 지금 삶에서 내가 너무 잘 되더라도 훗날 나는 죽을 것을 생각하며 겸손해지고, 내가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언젠가 이 모든 것도 끝날 것을 생각하게 되는.. 그래서 오히려 이런 문구를 들을 때 위로(?)감을 느낀다.
어차피 죽는다는 것, 즉 인생의 엔딩이 죽음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또 그 엔딩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은 발버둥치며 살 필요가 없다는 철학이 라틴 미족의 후손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인이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요소로 승화한 것 같다.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으로 사고하고, 토론하고, 논술을 쓰는 것을 '공부'로 여겨온 프랑스 중고등 학생들은, 대학교 들어가서 전공을 선택하고 그제야 플라톤의 책을 접해보는 다른 나라 학생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깊은 고찰은 나날이 여물어 성인이 되면 죽음과 늙음뿐 아니라 삶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찰을 갖추게 되는 것 같다.
PART3. 먹기위해 사는 사람들
나는 이 파트를 읽으면서 미슐랭의 근원을 알게되어 흥미로웠다.
미슐랭이 타이어 회사이며, 그 회사가 인정한 맛집들이 미슐랭 스타들을 단다는 것 정도까지 알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자동차는 맛집을 다니기 위한 수단으로 마케팅을 하고, 그 안에 타이어의 판매 촉진을 위해서 미슐랭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 주유소의 위치, 여행지의 맛집, 숙박시설 등의 정보가 담겨 있는 책자들을 만들어 운전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고 한다. 그 책자안의 맛집 정보가 공신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미슐랭의 책자에 의존하여 레스토랑을 방문한 것이 미슐랭의 기원이라고 한다.
PART4.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
우리나라 사람들이 첫 만남에서 어색함을 벗으면 생년월일부터 물어보는 것은, 그 사람이 손위냐 손아래냐에 따라 언어, 태도, 매너를 결정하기 위해서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 사회생활의 기본 태도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랑스인은 원근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상대편이 원하는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예의료 본다. 이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슴도치' 비유법으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고슴도치가 멀리 같이 가려면 서로 찔리지 않을 정도의 간격, 서로 잊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PART5. 가족, 혼돈과 질서 사이
우리가 흔히 파리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해서 애 낳는 것 등) 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트이다. 유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통'의 가족형태로 살지 않으면 항상 사람들에게 설득에 가까운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데, 프랑스 같은 나라는 삶의 모습이 다양하다보니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자유롭지 않을까.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한국만큼 숨막히진 않겠지.
PART6. 발견과 일깨우기의 육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출신 미국인인 파멜라 드러커맨은 "프랑스 아이처럼" 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엄마들이 아이의 무례한 행동을 고치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프랑스에서는 이런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취재한 결과를 책으로 낸 것이다.
여기는 한국이지만,, 나도 훗날 아이를 갖게 되면 프랑스 식으로 키우고 싶다. 나중에 프랑스 아이처럼 이라는 책도 읽어 봐야겠다.
PART7.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PART8. 연애의 문명
프랑스의 현재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보다 나이가 24세나 많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교사 브리지트와 결혼한 것으로 취임 때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게다가 제자와 교사의 관계로 처음 만났을 때 브리지트는 1남 2녀를 둔 유부녀였다고,,
브리지트는 2006년 남편과 결국 이혼을 하고, 그 이듬해인 2007년 마크롱 대통령과 결혼을 했다.
이런 경우는 프랑스 니까 가능한 스토리인 것 같다.
연애에 목적이 없듯이, 인생은 즐거워서 사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가 어떻게 끝나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봤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도 살아봤다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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